
예전에 일주일 내내 모바일리드랑 레딧 댓글 조각들을 탐정처럼 주워 모아서 겨우 살려냈던 킨들 2.
오랜만에 꺼내보니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시간이 또 1970년으로 초기화됐고, 당연히 KUAL도 안 열렸다.
그때 어떻게 했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이번엔 맥에 꽂고 안티그라비티(Antigravity)한테 한번 봐달라고 던져봤다.
시작부터 왜 자꾸 USB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나 했더니,
맥 백그라운드에 숨어 있던 구형 Android File Transfer 에이전트가 킨들을 가로채고 있던 거라며 범인부터 바로 잡아내서 지워줬다.
그러더니 KUAL 인증서가 2025년에 만료돼서 2026년 현재 시간으로 맞추면 오히려 튕긴다는 것까지 알아내더니,
구형 BusyBox 날짜 포맷에 맞춰 시간을 아예 2023년으로 고정해 주는 스크립트를 `usbnetwork` 안에 심어줬다.
킨들 2에서는 검색창에 물결(`~`) 대신 백틱(`` `usbNetwork ``)을 쳐야 먹힌다는 포인트까지 합쳐서 깔끔하게 복구 성공.
하나 고치고 나니 탄력이 붙어서 옆에 있던 다른 킨들 2도 꽂고, 킨들 3(킨들 키보드)들도 줄줄이 꺼내서 공장 라인 돌리듯 연달아 물렸다. ㅋㅋ
원래 코리더(KOReader) 쓰려고 KUAL을 거쳤던 건데, 생각해보니 키보드 달린 구형 킨들에서는 Launchpad 본체만 깔아주면
홈 화면에서 `Shift ➔ P ➔ P` 따다닥 누르는 것만으로 1초 만에 코리더가 바로 켜진다.
심지어 이 단축키는 인증서를 안 타서 나중에 배터리가 방전돼도 시간 맞출 필요조차 없이 코리더가 바로 열림.
거기에 `Shift ➔ T ➔ T`를 누르면 언제든 시간을 2023년으로 되돌리는 단축키도 만들고,
맥 시스템 깊숙이 들어 있던 나눔명조, 모리사와 BIZ UD 명조, 돗판 분큐 명조 같은 한글·일본어 폰트 6종까지 뽑아서 코리더에 싹 넣어줬다.

제일 웃겼던 건 마지막으로 꽂은 미탈옥 순정 킨들 키보드.
연결하자마자 폴더를 훑어보더니, 2010~2013년 일본에서 쓰던 타임캡슐 기기라며
안에 들어 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나쓰메 소세키 원서 PDF들, 197MB짜리 영일사전, 옛날 마이니치 신문과 핑크 플로이드 책까지 줄줄이 읊어주더라.
이 순정 기기도 시리얼 번호(`B006`)에 맞는 탈옥 파일부터 최신 코리더, Launchpad 단축키, 폰트까지 그 자리에서 원스톱으로 다 깔아줬다.
나중에 또 초기화되면 복붙해서 쓰려고 구글 문서랑 노트북LM에 넣어둘 '인간용 + 에이전트용 복구 가이드'까지 시켜서 정리 완료.
예전엔 하나 살리려고 일주일을 끙끙댔는데, 에이전트랑 수다 떨면서 줄줄이 꽂으니까 서너 대가 순식간에 끝난다. 진짜 재미있었음.